Work
포트폴리오보다 과제라고 부르는 이유
풀다가 작업물을 포트폴리오가 아니라 과제로 기록하는 이유와, 공개 URL이 없는 프로젝트까지 남기는 기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웹사이트를 만드는 회사라면 흔히 결과물을 포트폴리오라고 부릅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풀다의 작업을 전부 포트폴리오라고 부르면, 중요한 절반이 잘려 나갑니다.
어떤 일은 멋진 화면으로 남습니다. 어떤 일은 기획 문서로 끝납니다. 어떤 일은 고객사의 내부 운영 방식이 바뀌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또 어떤 일은 계약이 끝나거나 운영이 이관되어 더 이상 공개 URL을 걸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그 일들은 사라진 일이 아닙니다. 풀다가 어떤 문제를 만났고, 무엇을 정리했으며, 어떤 기준으로 납품했는지는 여전히 다음 일을 판단하는 근거가 됩니다.
결과물보다 먼저 남겨야 하는 것
포트폴리오는 보통 보여줄 수 있는 결과를 중심으로 정리됩니다. 그래서 화면이 예쁘거나, 브랜드가 잘 알려져 있거나, 링크가 살아 있는 작업이 앞에 놓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프로젝트의 가치는 항상 공개 화면에만 있지 않습니다. 오래 엉켜 있던 메뉴 구조를 정리한 일, 문의가 반복되던 운영 흐름을 줄인 일, 내부 담당자가 혼자 관리할 수 있도록 콘텐츠 기준을 세운 일도 중요한 성과입니다.
풀다는 이런 작업을 과제라고 부릅니다. 과제는 결과물의 전시명이 아니라, 해결해야 했던 문제의 이름에 가깝습니다.
공개 URL이 없다는 것
운영이 이관된 웹사이트, 계약이 종료된 서비스, 고객사의 내부 사정으로 공개하기 어려운 기획물은 링크를 걸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없는 일처럼 지우면 작업의 맥락도 함께 사라집니다.
그래서 공개 URL이 없는 과제는 링크 대신 상태를 적습니다. 운영 이관, 서비스 종료, 내부 납품, 비공개 컨설팅처럼 현재 공개할 수 없는 이유를 과장 없이 남깁니다.
이 방식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직합니다. 외부에 보여줄 수 있는 것과 보여줄 수 없는 것을 구분하고, 대신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일했는지를 설명합니다.
CMS보다 먼저 필요한 기준
작업물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CMS를 생각하게 됩니다. Notion을 CMS처럼 쓸 수도 있고, Sanity 같은 전용 도구로 옮길 수도 있습니다. 언젠가는 풀다의 자체 시스템에서 콘텐츠를 전달하고, Codex나 CMS에 등록하는 흐름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도구를 바꾸는 일이 아닙니다. 어떤 항목을 남길지, 공개 URL이 없을 때 무엇을 적을지, 기획만 납품한 작업을 어떤 언어로 설명할지 정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기준이 없으면 CMS는 편한 입력창일 뿐입니다. 기준이 있으면 Markdown 파일 하나도 충분히 운영 원본이 될 수 있습니다.
과제는 다음 일을 위한 지도다
풀다가 과제를 기록하는 이유는 자랑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다음에 비슷한 문제가 왔을 때 더 빨리 판단하기 위해서입니다.
행사 웹사이트에는 일정, 장소, 신청, 공지 흐름이 먼저 필요합니다. 스튜디오 웹사이트에는 수업, 강사, 예약, 위치가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합니다. 공동체 웹사이트에는 반복 방문자가 길을 잃지 않는 안정성이 중요합니다. 공개할 수 없는 작업은 화면보다 역할과 기준을 더 정확히 남겨야 합니다.
이 기록들이 쌓이면 포트폴리오보다 조금 덜 화려할 수는 있습니다. 대신 풀다가 무엇을 풀 수 있는지 더 분명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작업물을 과제라고 부릅니다. 화면이 아니라 문제를 중심에 두기 위해서입니다.
← 이야기 목록